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독서의 기록

[독서의 기록 7] 걷는 사람, 하정우 / 하정우

by sensensen 2019. 5. 18.

<걷는 사람, 하정우>

「걷는 사람, 하정우」 / 하정우 /

문학동네 / 2018

 

[내 마음에 와닿은 문장]

 

p.11 아침 출근길 1만 5천 보 마일리지를 끊으면서 종종 평생 내가 걷는 걸음은 몇 보쯤 될까 생각한다. 나와 당신은 이 지구에서 총 몇 보를 걷다 갈까? 오늘도 각자의 영역에서 크고 작은 족적을 찍으며 하루를 견딘 우리는 모두 이 지구라는 별을 굴리고 있는 길동무다. 

p.34. 나는 나의 기분에 지지 않는다. 나의 기분을 컨트롤할 수 있다는 믿음, 나의 기분으로 인해 누군가를 힘들지 않게 하겠다는 다짐. 걷기는 내가 나 자신과 타인에게 하는 약속이다.

p.158. 몸에 익은 습관은 불필요한 생각의 단계를 줄여준다. 우리는 떄로 꼬리에 꼬리를 무는 생각들에 갇혀서 시간만 허비한 채 정작 어떤 일도 실행하지 못한다. 힘들 때 자신을 가둬놓는 것, 꼼짝하지 않고 자신이 만든 감옥의 수인이 되는 것, 이런 것도 다 습관이다. 

p.226. 결국 우리가 할 수 있는 일은 최선을 다하면서 자신이 믿고 기댈 수 있는 시간을 쌓아가는 것뿐이다. 나는 내가 지나온 여정과 시간에 자신감을 가지고 일을 해나가지만, 결코 나 자신의 상태에 대해서는 확신하지 않는다. 어쩌면 확신은 나 자신이 불완전하다는 사실을 부정하는 오만과 교만의 다른 말인지도 모르기 떄문이다.

p.291. 삶은 그냥 살아나가는 것이다. 건강하게, 열심히 걸어나가는 것이 우리가 삶에서 해볼 수 있는 전부일지도 모른다. 내가 아무리 고민하고 머리를 굴려봤자 인간이 할 수 있는 일에는 분명 한계가 있다. 이렇게 기도한 이후로 이상하게 조금 더 마음이 편해졌다. 무슨 일에든 더 담대해질 수 있었다. 내가 아무리 발버둥쳐도 어찌해볼 수 없는 일들이 있따는 명백한 사실은 내게 포기나 체념이 아니라 일종의 무모함을 선물해주었다. 나는 나에게 주어진 길을 그저 부지런하게 갈 뿐이다.

p.292. 티베트어로 '인간'은 '걷는 존재' 혹은 '걸으면서 방황하는 존재'라는 의미라고 한다. 나는 기도한다. 내가 앞으로도 계속 걸어나가는 사람이기를. 어떤 상황에서도 한 발 더 내딛는 것을 포기하지 않는 사람이기를.

 

 

[책에 대한 감상]

걷기를 통해 자신의 삶을 돌아보고 자신의 길을 묵묵히 걸어갈 수 있었다는 배우 하정우의 고백은 그가 얼마나 삶과 연기를 진지하게, 가치 있게 생각하는가를 알 수 있다. 억지로가 아니라 이제는 하나의 습관이자 삶의 일부가 되어버린 걷기. 오늘도 묵묵히 자신에게 주어진 길을 걷는 그의 모습을 통해 나 또한 나에게 주어진 길을 열심히 걸어야겠다는 깨달음을 얻었다. 혹시 길을 걷다 배우 하정우를 마주한다면, 서로의 길을 담담하게 응원해줄 수 있는 '걷는 사람'이 되기를...